반복학습

2022. 8. 12. 23:30

 

 

 

 

- 에셸 씨는 입맞추는 걸 좋아해요. ... 많이요. 

 

 뺨, 이마, 입술 언저리, 혹은 그 안쪽. 자신과의 연애가 처음이라던 애인이 어떤 감각을 이리도 달게 느끼는지 주노는 인지했다. 저라고 다를 바 없어 마찬가지로 낯설고 떨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을 한껏 공유하였으나 속도가 조금 달랐다. 몽얌나처럼 느릿한 아가씨가 제 파트너마냥 빠르게 달라지고 있었다. 항상 서로를 바라봐서 금세 눈이 마주친다는 걸 알면서도, 눈이 마주치면- 의 새로운 공식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래서 싫으냐, 묻는다면.


- ... 수, 숨 차요? 미안해요... ...


 시작만 했다 하면 집요하게 달라붙는 행동이나 고치고서 싫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고칠 수 없는 부분인 걸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어쨌거나 그는 애인의 습관을 제법 빠른 때에 알았으나 고치길 바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오래오래, 계속 그리해주길 내심 바랐다가 자신의 파렴치한 생각에 놀라면 놀랐을 테다. 예상하지 못한 사람처럼 놀라대던 건 그저 천성이지. 알고 있어도 놀라는. 꿈처럼 사랑스러운 사람이 자신 품 안에 있어준다는 게 과분하다고 느끼는, 바보같은 천성 말이다. 그런 그의 애인은 자주 말했다. ‘괜찮아요.’


- 아녜요, 괜찮은걸요. ... 말했잖아요, 당신이라면 뭐든 좋다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기다림을 느꼈다. 안온함에 안심하길, 함께 더욱 편안해지길. 피부뿐만 아니라 말에서도 새겨지는 온기에는 재촉 없는 다정한 기다림이 있었다. 그것이 하루가 되고 이틀이 되고, 서투른 열등생에게 반복적인 학습을 쥐여주듯 느긋한 동시에 매 시간 빠짐이 없다. 그 덕에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었다. 짧게 맞닿는 입맞춤과 이어지는 것들에서 도출되는 정보값, 그리고 그에 대한 감상이나 감정들. 전하지 못한 생각들이다. 


 처음에는 자신을 알아갔으며ㅡ에셸 씨는 입맞추는 걸 좋아해요. 고개를 돌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접촉음이 들리고 닿은 부분에서부터 제 얼굴 전부가 새빨개지는 걸 느껴요. ㅡ에셸 씨는 제 표정을 보고 나서 눈을 감아요. 바보같은 표정을 짓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몰래 눈을 떠서 당신을 보면 그저 행복을 느끼고 있는 걸 알아요. 저도 당신에게 그런 표정을 보여줬을 거라고 믿어요. ㅡ에셸 씨는 제 뺨이나 귀를 만지는 걸 좋아해요. 데이트를 끝내고 헤어지는 때에 맞닿은 키스에서 절 간지럽히는 손이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모르겠어요. 내일 또 만나는데도 헤어지기 싫어져서요. 


 둘째로는 당신의 반응에 대해 생각했고ㅡ에셸 씨는 가볍게 부딪히고 나면 장난스레 웃어버려요. 제가 그걸 못 견뎌서 붙잡고, 빤히 바라보면 눈을 동그랗게 뜨지만 밀어내지 않아요. 새빨개진 얼굴이 마음에 드시는 것 같기도 해요. 제가 더 강하게 얽히면 기뻐해요.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오니까요. ㅡ에셸 씨, ... 반응이 빨라요. 뺨을 감싸잡고 입맞출 때 제 손을 덮은 당신의 손이 홀로 움찔거리는 게 엄청 기분 좋아요. 입천장까지 닿으면 작은 몸이 파르르 떨려와서... 꼭 붙잡고, 꼭 안아주게 되어버려요. 


 셋째로는 바람에 대해 생각했다ㅡ에셸 씨가 실어주는 무게가 좋아요. 몸이 전부 말캉거리는 것 같아서, 힘을 주기 무서우면서도 제게만 기대 줬으면 해요. 흘러내리지 않게 잘 붙잡을 테니까. ㅡ에셸 씨, 맞아요, 입술이 부드러워요. 기분 좋아요. 제게 주어서 기뻐요. 한순간에 낯설고 떨려서 실수투성이가 되고 하려던 일을 잊어버리게 되어도 계속 건네주면 좋겠어요. 오늘의 에셸 씨를 바라고 있어요. 

ㅡ에셸 씨가, 내일도 해 주실까요?



 뺨, 이마, 입술 언저리, 혹은 그 안쪽. 닿아오는 게 마냥 기적 같아서 낯설던 순간이 지나고 영원을 꿈꾼다. 그 단어가 어찌나 동화같고 비현실적인지 알고 있지만. ‘저도 정말 큰일이에요.’ 몽롱하게 달뜬 표정을 멍하니 바라보며 애인과 꼭 같은 생각을 했다. 반지 낀 손가락이 분홍색 머리칼을 귓가로 넘기고 눈가에 짧게 입맞추었다. 눈꺼풀이 조금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더 이어질 게 당연하리라는 확신이 든다. 매일이 오늘만 같다면, 당신이 내일도 저를 찾아 입맞춰주겠구나.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서로를 바라겠구나. 엄지로 말캉한 아랫입술을 살짝 누르고 다시 맞닿아 가며 선명하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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